길들이고 싶은 꼬마 사자 - 푸조 2008 시승기

기사입력 2017.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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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소형 SUV 시장을 주도하는 푸조 2008이 옷 매무새를 다듬었다. 종전에 연식변경과 함께 유로6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하는 엔진 탑재로 효율성을 상승시켰던 과거가 있던 터라, 금번 페이스리프트에서는 말 그대로 얼굴만 갈아 끼웠다. 변화폭은 적으나, 액티브 시티브레이크를 기본 적용하고 그립 컨트롤을 더해 안전성과 범용성을 높인 신형 2008을 직접 경험했다.



푸조의 B 세그먼트카, 208을 베이스로 제작한 2008은 4미터 남짓의 컴팩트한 크기를 지녔다. 외관에서는 전면부의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진다. 보닛 위에 얹혀있던 사자 엠블럼은 어느새 라디에이터 그릴로 자리를 옮겼다. 헤드램프의 형상은 변하지 않았으나, 블랙 베젤을 적용하고 내부 구조를 변경하여 눈매를 보다 또렷하게 매만졌다. 라디에이터 그릴 역시 평범했던 가로줄 대신 입체감 높은 디테일을 적용했다. 언뜻 보면 큰 변화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변화로 인상을 꽤나 크게 바꿨다.



2008은 초기 출시 당시 신세대 푸조의 일원답게 깔끔한 이미지를 보였다. 그러나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발휘하는 여타 제조사들의 소형 SUV에 비하면 개성이 다소 약한 편이었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는 디자인 측면에서 희미했던 존재감을 보다 선명하게 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알뤼르 트림부터 새로이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는 레이더 장치가 윈드 실드 상단에 달려있다. 저속 주행 시 전방 추돌 사고를 막아주는 고마운 장치이다. 2008의 범용성을 넓혀주는 그립 컨트롤은 아쉽게도 GT 라인에만 적용되었다.




`아이 콕핏(i-Cockpit)` 컨셉트가 적용된 인테리어는 깔끔하다는 인상이 짙다. 정체성을 알 수 없었던 종전 세대의 푸조 인테리어와는 상반된 이미지다. 푸조가 이르길, 정보 인지를 쉽게 하고, 운전자가 주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계기판을 대시보드 위로 끌어올린 `헤드업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운전 시 시선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 안쪽으로 보았던 계기판 위치가 높아진 것은 다소 어색했으나 적응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다만 계기판에 적힌 숫자가 조금만 더 컸으면 좋았겠다. 또한 비상등을 비롯한 여러 버튼들은 크기가 작아 조작하는 데에 있어서 불편함을 다소 동반했다. 그럼에도 단순한 구성을 보여 버튼들의 위치파악은 빠르게 되었다.


가죽으로 감싼 널찍한 모양의 사이드 브레이크 노브는 독특한 감각을 자아내 2008을 특별한 차로 만들었다. 알뤼르 트림의 시승차는 내장재 측면에서 저렴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가죽을 마음껏 사용하진 않았으나 패턴을 새겨 넣은 합성소재와 무광 크롬, 블랙 하이글로시 내장재를 조화롭게 사용하여 심심치 않게 꾸며냈다. PSA 차량의 전매특허로 자리한 파노라마 루프 역시 어디서든 장관을 자아낸다.

 



열선 시트는 3단계로 작동이 가능하지만, 다이얼 방식으로 시트와 도어 사이에 위치하여 작동 상태를 운전 중에 확인하는 것은 어려웠다. 버튼식으로 제공되는 여타 차량과는 달라 혼란을 주었다. 컵 홀더 또한 다소 부실한 구성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2열 공간은 넉넉하진 않았으나 성인 두 명이 탑승하기엔 크게 무리가 없었다. 컴팩트하기 그지없는 소형 SUV였으나, 실용성이 주무기엔 SUV다웠다. 다양한 시트 구성 조작을 통해 화물 적재에 있어선 꽤나 다재 다능한 모습을 보였다.



보닛 아래에 담긴 1.6리터 BlueHDi 엔진은 출력이 100마력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저회전 구간에서 최대치인 25.9kg.m를 발휘하는 토크와 1.3톤에 불과한 컴팩트한 차체 덕에 몸놀림이 제법 가볍다. 절대 출력이 낮아 고속 영역 이상으로 속도를 뻗어나가는 것이 힘들긴 했다. 그럼에도 도심 주행을 비롯한 실용 구간에선 답답함이 예상보다 적어 출력의 갈증을 호소하지 않아도 되었다. 거기에 효율 좋은 소형 디젤 엔진에 스톱 & 스타트 시스템까지 곁들여지니, 정차와 가속이 반복되는 서울 시내 구간에서도 평균 연비는 리터당 17km를 상회했다. 또한 고속 구간에서 크루징을 하면 리터당 24km/l 이상을 넘나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유럽 자동차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뒤 따라오던 단단한 승차감과는 달리 살짝 말랑말랑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움직임은 어디서나 유능한 모습이었다. 비포장 도로에서도 큰 무리가 없는 하체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굴곡이 연속된 도로에서도 노면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은 소형 크로스오버임을 감안하면 더욱이 기특했다. 스티어링 역시 만족스러운 느낌을 보여주었다. 스티어링 록투록이 2.6회전 정도로 타이트한 스티어링에 작은 반경의 운전대를 지녔음에도 고속에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안정감을 선사했다. 프랑스산 섀시는 말 그대로 어느 속도 영역에서나 `발군`이었다.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차량임을 깨닫는 데는 짧은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그 감상을 깨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푸조가 `MCP`라 일컫는 자동화 수동변속기는 여기저기서 산통을 깨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심지어 기어 노브마저 차분해진 인테리어 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MCP는 저속에서 지속적으로 승차감을 훼손하는 울컥거림을 보여주었다. 또한 중고속 구간에선 느린 변속 타이밍으로 스트레스를 전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움직임이 `진짜 수동변속기`와 다름없었다. 그리하여 MCP의 호흡과 나의 발 재간을 맞추기로 했다. 변속이 되는 타이밍에 엑셀 페달에서 발을 떼서 다시 가속을 진행하면 울컥거림 없이 제법 부드러운 가속을 연출해냈다. 이런 발 재간에 익숙해지니, 어느 샌가 패들 시프트로 직접 변속을 하며 운전을 즐기고 있었다.



자그마한 스티어링 휠 뒤에 굳건히 자리한 패들 시프트의 존재이유는 다름아닌 MCP였다. 보다 편한 승차감을 자아내고 싶으면 패들 조작은 사실상 필수였다. 가령 수동변속기 다루는 솜씨가 조금 서툰 운전자가 기어를 선택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끔 속도에 걸맞지 않은 기어를 선택해서 자잘한 진동을 전했다. 이런 불상사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인지, 손가락이 자연스레 변속 패들로 향했다.


MCP는 잘 다루기만 하면 괜찮은 주행 장면을 연출해낸다. 그러나 PSA에서 점차 MCP 적용을 줄여나갔다. MCP 특유의 승차감 저하에 결국 변화를 꾀한 것이다. 주행 감성 및 승차감을 완성시키는 데에 있어서 변속기는 굉장히 중요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MCP라는 커다란 약점이 존재함에도 2008은 수입 소형 SUV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수입 소형 SUV 시장의 경쟁자들은 대략 미니 컨트리맨과 FCA 플랫폼 듀오 – 지프 레니게이드, 피아트 500X -로 정리된다. 그러나 미니의 경우 브랜드 포지셔닝과 가격 격차가 크고, FCA 듀오 역시 가격 격차는 꽤 벌어지는 편이다.



엔트리 트림 가격을 2590만원으로 인하하여 소비자 접근성을 강화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중상위급 트림은 가격이 올랐다. 주요 판매 트림이 중위급 트림 이상임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정책이다.



소형 디젤과 자동화 수동변속기 채택으로 연료효율성에 제대로 포커싱한 2008은 사실 종합적 측면에서 C4 칵투스라는 이복 동생 이외에는 정면대결을 펼칠 차량이 없다. 칵투스 역시 확고한 캐릭터로 시장에서 괜찮은 성적을 이어나가고 있으니, PSA 차량을 판매하는 한불모터스 입장에선 이만큼 기특한 녀석들이 없을 것이다.



PSA가 매만진 자동화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자동차들이 별 탈 없이 잘 팔리는 것을 보면 구매자들은 MCP를 능숙하게 컨트롤하며 운전을 즐기는 것 같다. 모름지기 2008은 그렇게 타야 제 맛이다. 자동차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는 현재, 이런 수동적인 모습이 되려 2008의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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