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세련미에 빠져들다 - 볼보 S90 T5 인스크립션 시승기

기사입력 2017.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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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 브랜드의 신기원을 열게 될 주역, S90을 시승했다. S90은 볼보자동차 브랜드의 S80을 잇는 플래그십 세단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비중이 큰 E세그먼트의 고급세단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먼저 출시된 SUV 모델 XC90과 함께 향후 완전히 달라지게 될 미래의 볼보의 모습을 보여줄 S90을 직접 경험하며 그 매력을 집중 조명해 본다. 시승한 볼보 S90은 가솔린 엔진을 얹은 T5 인스크립션 모델이다. 인스크립션 모델은 볼보자동차 모델의 트림 중 가장 상위 트림에 해당하며, 보다 호화로운 마감 및 편의사양이 기본 제공된다. VAT 포함 가격은 7,190만원.



볼보 S90의 외관은 새로운 XC90을 처음 대면했을 때와 똑같은 감상에 젖게 한다. 이전까지의 어떤 볼보와도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과거의 볼보자동차들과 비교하면 손도 못 댈 정도로 화려해진 느낌이다. 바로 이전 모델인 S80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그 차이는 더더욱 크게 느껴진다. S80이 중후한 노신사와 같은 이미지였다면, S90의 이미지는 젊은 시절의 비요른 안데르센처럼 귀족적 품위를 지닌 귀공자의 이미지에 가깝다.




그만큼 S90의 외관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전통적 가치를 자동차의 형태로서 가장 고급스럽게 풀어냈다고 본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한 차체 형상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핵심인 `단순한 형태에서 오는 시각적 안정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고 있다. 여기에 과거에는 담지 않았던 화려하고 장식적인 요소들을 차의 구석구석에 찔러 넣었다. 이 장식적 요소들은 차체의 형상에 놀랄 만큼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있으며, 고급 세단에 요구되는 세련미와 품위를 더해주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이 현대적이고 개성적이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스타일링은 볼보가 그동안 여러 국제 모터쇼에 내놓아 왔던 컨셉트카(컨셉트 쿠페, 컨셉트 XC 쿠페 등)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S90은 이 컨셉트카들을 세단의 형태로 고스란히 환원해 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볼보자동차는 S90의 외관 디자인을 진행하면서 컨셉트 쿠페의 디자인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S90의 외관 디자인은 이 말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그대로 일깨워 준다.


S90의 외관 디자인에서 가장 큰 특징을 하나 더 꼽는다면, 후륜구동 자동차와 유사한 앞바퀴의 위치에 있다. 일반적으로 전륜구동 자동차는 앞바퀴가 캐빈쪽에 더 치우쳐 있기 마련인데, S90의 앞바퀴는 후륜구동 자동차와 진배 없는 수준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보닛의 길이 역시 후륜구동차를 연상케하는 길이다. 이 덕분에 차가 훨씬 당당하고 안정감 있게 보인다.




헤드램프는 `토르의 망치`라고 명명한 `T` 자형 주간 주행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LED를 사용하며, 코너링 램프 기능과 대향차량이나 보행자 등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하향등으로 조정하는 기능 역시 탑재되어 있다. 여기에 컨셉트 쿠페의 스타일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세로줄 라디에이터 그릴과 신규 아이언 엠블럼, 절제미를 놓치지 않은 크롬 장식들, 그리고 컨셉트 쿠페에서 가져온 `ㄷ`자 형상의 테일램프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고 세련된 디테일이 시각적인 만족감을 키운다. 또한, 인스크립션 레터링을 음각한 휀더 하단 장식과 트렁크리드 인스크립션 엠블럼은 차의 특별함을 은연 중에 알린다.




시승차인 S90 T5 인스크립션 모델은 일반 모델에 해당하는 모멘텀 모델과는 다른 실내 구성을 갖는다. 차내 곳곳에는 질 좋은 가죽 마감재와 전용의 사선 무늬목 트림을 아낌 없이 사용했다. 광택을 억제한 크롬 장식과 무늬목 마감재의 은은한 무광 처리는 난반사의 억제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따뜻한 질감을 준다. 대시보드 둘레의 디자인은 XC90과 유사한 레이아웃을 취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형상들을 교묘하게 바꿔, 더욱 완성도 있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스티어링 휠과 플로어 콘솔을 구성하는 각 부위는 XC90과 같다. 손바닥이 닿는 림 바깥쪽을 한 장의 가죽으로 마무리한 것이 특징이다. 그립감이 우수하고, 손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스포티한 성향을 강조하는 차들이 자주 사용하는 3스포크 타입인데도 특유의 둥글넓적한 혼 패드와 스포크 형상 때문에 스포티한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계기판은 LC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된 4종의 테마를 제공한다. 무늬목으로 마감된 플로어 콘솔의 기나긴 셔터를 열어 젖히면 2개의 컵홀더와 자잘한 수납공간들이 나타난다.


볼보 S90에 오른 태블릿 PC 스타일의 세로형 9인치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터치 스크린 콘트롤 콘솔(Touch Screen Control Consol)`을 통해 공조장치부터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에 이르는 대부분의 기능들을 조작하게 된다. 센터 스택에 붙어 있었던 기존의 수많은 버튼들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 기능들은 중앙의 디스플레이에 한 데 모았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마치 태블릿 PC를 센터페시아에 이식해 놓은 듯한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9인치라는 디스플레이 크기는 10인치 이상의 화면이 주류인 시장의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 있다. 여기에 시스템의 UI가 그다지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 기존에 물리버튼으로 사용하던 기능들 대부분을 집적해 놓아서 9인치 디스플레이의 공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뿐만 아니라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이리저리 뒤져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시스템에 익숙해지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승차인 S90 T5 인스크립션 모델에는 모니터링 장비 등으로 유명한 영국 바워즈&윌킨스(Bowers & Wilkins) 사의 오디오 시스템을 사용한다. 오디오의 성능은 우수하며, 9축짜리 이퀄라이저까지 제공한다. 차체 안팎의 방음설계가 비교적 충실하게 이루어진 덕에, 음악 청취의 만족감도 높은 편이다.



앞좌석은 먼저 출시된 XC90의 좌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좌석은 인스크립션 모델 전용의 나파 가죽 마감이 사용되며, 볼보의 시트 만드는 솜씨가 그대로 살아 있다. 인체공학적 설계 덕에 장시간의 운전에도 피로감이 덜하고, 몸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기본적으로 전동조절 기능과 3단계의 열선 기능을 제공하며, 인스크립션 모델의 경우에는 착좌부 전후 확장 기능과 통풍 기능, 그리고 마사지 기능까지 적용된다.




뒷좌석의 착좌감도 훌륭하다. E세그먼트 고급세단들 중에서는 손꼽힐 만큼의 안락함이 인상적이다. 공간도 전반적으로 여유롭다. 뒷좌석에는 열선 기능과 측면 수동식 선 블라인드와 양측 고정식 헤드레스트, 컵홀더 내장형 팔걸이와 뒷좌석 독립식 에어컨 등의 편의장비가 제공된다. 트렁크 용량은 500리터에 달한다. 바닥이 깊지는 않지만, 앞뒤 길이가 길어, 골프백 등의 짐을 수납할 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시승한 S90에는 T5 사양의 가솔린 파워트레인이 탑재되어 있다. T5 사양의 2.0리터 4기통 직분사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은 254마력/5,500rpm의 최고출력과 35.7kg.m/1,500~4,8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제원 상 0-100km/h 가속 시간은 6.8초이며, 정부공인표준연비는 도심 9.7km/l, 고속도로 13.3km/l, 복합 11.0km/l이다.



볼보 S90 T5 인스크립션 모델은 인스크립션 모델을 위한 방음재 추가 등의 조치가 취해져 있는 덕분에 정숙한 편이다. 특히, 외부 소음 유입이 현저히 적은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이 덕분에 파워트레인으로부터 유입되는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승차감은 한 마디로 부드럽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전통적이고 정석적인 고급 세단의 승차감을 추구하고 있다. 안락함을 충분히 끌어 올리되, 차체의 자세를 제어함에 있어서 서투른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노면의 요철에 대응하는 하체의 움직임과 차체의 여유롭고 나긋나긋한 반응, 손끝과 허리로 들어오는 모든 감촉에서 볼보만의 색깔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과거의 볼보들처럼 몸이 무겁지 않고, 경쾌하고 탄력이 있다. 모든 면에서 더 가볍고 산뜻한 기분이다.



가속력은 250마력급의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경쾌하고 힘차다. 가속 페달을 카펫 끝까지 밟으면 과거의 5기통 엔진을 흉내 낸 듯한 볼보 4기통 엔진이 내는 독특한 음색의 엔진소음이 실내로 흘러 들며 귓전을 두드린다. 하지만 동력을 전개하는 과정은 그다지 폭발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만 속도계의 바늘을 활기차게 밀어 올려 줄 뿐이다. 고속 영역에서도 쉽게 지치지 않는 편이다. 아이신 자동 8단 변속기는 평상시에는 부드러운 변속을 보여주다가도, 필요할 때에는 제법 운전자의 의도에 발을 맞춰준다.



과거의 볼보 세단들은 대체로 경쟁사들의 동급 차종들에 비해 항상 무거웠으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둔중한 발놀림을 보여 왔다. 하지만, S90은 다르다. S90은 코너링에서 한결 세련되고 정교한 느낌을 준다. 가벼워진 차체와 절도를 간직한 하체 설정, 탄탄한 차체강성 덕에 전륜구동 세단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몸놀림을 보여준다. 급회전 구간이나 빠른 차선변경 등에서 나타나는 차체의 움직임에서 기본기에 대한 착실한 투자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 비해 한층 향상된 직결감을 보이는 조향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널찍한 트레드와 휠베이스에서 오는 안정감 덕에 차를 보다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자신감을 준다. 조향에 대한 차체의 반응은 스포티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운전자의 의도에 제법 충실히 따라준다. 과거의 볼보 세단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가벼움과 정교함이 어우러진 S90은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구간에서도 즐겁게 운전할 수 있는 차임에는 확실하다.



볼보 S90 전차종에는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라는 이름의 `반자율 주행(Semi-autonomous Drive)` 기능이 새롭게 지원된다. 이 기능은 고속도로 등의 선형이 완만한 도로에서 시속 130km/h 이내의 속도로 주행 중, 차선의 선형에 따라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조타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선형이 완만한 고속도로 등지를 운행할 때 매우 유용하다. 운전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설정을 파일럿 어시스트로 바꾼 후 속도를 설정하고 스티어링 휠을 정석적으로 파지하고 있기만 하면 된다. 이 상태에서는 그야말로 자동차가 `알아서 해주는` 주행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스티어링 휠을 반드시 손으로 파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도로의 상태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도로의 시공 상태나 차선의 상태에 따라, 조타 보조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볼보자동차는 이 시스템이 어디까지나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고, 안전한 운행을 돕기 위한 것으로, 완전한 단계의 자율주행이 아니기 때문에 주행의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고 말한다. 항상 운전 중에는 전방을 주시하고 스티어링 휠을 제대로 파지하자.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볼보 S90 T5의 정부공인표준연비는 도심 9.7km/l, 고속도로 13.3km/l, 복합 11.0km/l이다. 시승을 진행하면서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구간 별 평균연비는 다음과 같다. 도심에서는 혼잡한 경우 8.2km/l, 규정속도로 운행 가능한 정도로 한산한 경우에는 10.8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정속주행을 실시한 경우에는 평균 14.6km/l를 기록했다. 기본으로 장착된 스톱&스타트 시스템이 도심 연비의 저하를 제법 잘 막아주는 편이며, 고속도로 정속주행에서는 자동 8단 변속기가 확실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새로운 볼보의 기둥, S90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전통적 가치와 고급 세단의 위신을 양립한 내외관 디자인을 가졌다. 독일계 세단에서는 맛볼 수 없는 북유럽식 감성은 색다른 기쁨으로 다가온다. 물론, 고급 세단의 가치에 충실한 기본기와 주행성능을 골고루 갖췄으며, 시장을 선도하는 첨단 장비의 도입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전`이라는 가치를 0순위에 두는 볼보자동차의 철학은 S90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볼보자동차의 새로운 세단, S90은 독일계 세단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국내 E세그먼트 수입 세단 시장의 새로운 바람이 될 수 잇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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