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차]현대자동차 스쿠프

기사입력 2017.08.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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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세계의 자동차 시장은 스페셜티카(Specialty Car)가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스페셜티카는  값비싼 진짜배기 스포츠카들에 비해 낮은 성능을 지니고 있지만 스포츠 쿠페의 매력적인 외모와 감각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나쁘게 말하면 ‘무늬만 스포츠카’이고, 좋게 말하면 ‘대중의 스포츠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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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티카는 국적과 제조사를 불문하고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중에는 대한민국의 제조사도 끼어 있다. 이 차는 대한민국  최초로 만들어진 스페셜티카로서, 당대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서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는 모델이다. 이 차의 이름은 바로 ‘스쿠프(Scoupe)’.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기업, 현대자동차가 만든 최초의 국산 쿠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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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스쿠프는 1989년, 현대자동차가 포니엑셀의 후속 모델, ‘엑셀(Excel)’을 발표하면서 “엑셀 기반의 2도어 쿠페형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며 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년 가을, 일본에서 열린 도쿄 모터쇼에서  ‘SLC’ 컨셉트를 발표, 현대차 최초의 양산형 쿠페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SLC는 ‘스포츠 루킹 카(Sports Looking Car)’를 줄인 것으로, 글자 그대로  ‘스포츠카처럼 보이는 차’를 말했다. 그야말로 스페셜티카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작명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SLC 컨셉트를 양산 환경에 맞게 추가적인 개량을 가하여 1990년부터  스쿠프의 시판에 들어갔다.


현대 스쿠프는 쿠페 형태의 전륜구동 승용차로, 동사의 소형차인 엑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차명은 스포츠+쿠페(Sports+Coupe)에서 스포츠를 줄인 것. 컨셉트카의 솔직한 작명과는 멀어졌지만, 국내 제조사로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쿠페형 자동차였고, 현대차 라인업에서 가장 스포티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탓에 이러한 이름이  붙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최근 N 브랜드  런칭과 함께, 쿠페 모델들의 계보를 정리하면서 ‘스포츠카’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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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프의 외관은  2+2 좌석 구성을 갖는 2도어 노치드 쿠페 형태의 정석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당대의 경향을  충실하게 반영한 스타일링이 특징이었다. 전면부의 디자인은 당시 유행하고 있었던, 라디에이터 그릴이 크게 축소된 형태의 에어로 다이나믹 스타일로 빚어져 있었다.  C필러는 측면 및 뒷유리에 숨겨져 있는 SLC 컨셉트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 덕분에 당대의 유행이자, 오늘날 다시금 유행을 타고 있는 플로팅  루프(Floating Roof)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었다. 세단에  가까울 정도로 정석적인 노치드 쿠페 디자인에 트렌디한 터치를 입혀 완성된 스쿠프의 외관 디자인은 ‘낭만’이라는 것이 살아 있었던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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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초기에는 평범한 승용차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후기형 모델의 경우 디테일 면에서 스포티한 감각을 주어, 차별화를 꾀했다. 좌석은 양쪽 날개 형상을 돌출시킨 세미 버킷 스타일의  시트 디자인을 채용했으며,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양쪽은 엄지손가락의 형상을 따라 깊게 파이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후일 등장한 터보 모델에는 터보차저의 작동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부스트 게이지가 별도로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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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초기의 스쿠프는 엑셀에 사용한 1.5리터 MPI 엔진을 사용했다. 이  엔진은 미쓰비시의 오리온 엔진으로, 최고출력 97마력의 성능을  냈다. 이 엔진을 사용했던 초기형 스쿠프의 0-100km/h 가속  시간은 12.1초, 최고속도는 174km/h로, 성능 상으로는 평범한 소형 승용차의 그것이었다. 여기에 엑셀의 차체 하부구조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기동 성능 면에서도 평범한 소형 승용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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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 스쿠프는 새로운 심장을 얻으면서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  엔진은 바로 현대자동차의 첫 독자 개발 엔진인 ‘알파 엔진’이었다. 따라서 스쿠프는 현대차 내에서 처음으로 독자개발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기도 하다. 스쿠프에 탑재된 직렬 4기통 알파 엔진은 1.5리터의 배기량에   기통 당 3밸브 SOHC 사양으로, 미쓰비시 오리온 엔진에 비해 5마력 향상된 102마력의 최고출력을 냈으며, 0-100km/h 가속 시간은 11.1초를 기록하며, 오리온 엔진 사양에 비해 1초 빨랐다.


이 엔진이 탑재된 모델은 ‘스쿠프 알파’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으며, 초기에는 수동변속기만 선택할 수 있었다. 스쿠프를 시작으로 도입된  알파 엔진은 훗날 엑센트, 아반떼 등으로 이어지는 현대자동차 소형/준중형  승용차의 엔진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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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엔진으로 약간의 성능 향상을 이룩한 스쿠프는  같은 해에 또 하나의 국내 최초 타이틀을 하나 더 갖게 된다. 그것은 바로 ‘국산차 최초의 (가솔린)터보엔진  탑재’다. 현대자동차는 91년  10월, 알파 엔진에 터보차저를 올린, ‘스쿠프 터보’를 내놓았다. 스쿠프  터보의 엔진은 91년형 스쿠프를 통해 성능을 검증한 알파 엔진에 터보차저를 적용한 것으로, 알파 엔진에 비해서 27마력이나 높은 129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강력한 심장 은 곧 성능의 향상으로  이어졌고, 0-100km/h 가속 시간은 약 9.18초를  기록, 스쿠프 알파에 비해 2초 가량 단축시켰다. 최고속도는 200km/h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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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뉴 스쿠프’라는  이름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거듭났다. 외관 디자인은 중형세단 쏘나타(Y2)와  유사한 전면부를 갖게 되어, 보다 유선형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후면에서는  특유의 그물망 디자인 테일램프를 스모크 처리된 신형 테일 램프로 교체했다. 스타일링을 좀 더 매끈하게  다듬고, 사양 구성을 정리하는 등, 상품성을 키웠다. 이후, 현대 스쿠프는 1996년까지  생산되었으며, 동년 4월,  현대차의 새로운 쿠페 모델인 티뷰론에게 자리를 넘기고 단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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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스쿠프는 한국의 모터스포츠 역사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소형차 기반의 작고 가벼운 차체에 강력한 동력성능을 보유했던 스쿠프(터보)는 당시 국내 모터스포츠 세계에서 정답으로 통했다. 사실 상, 동력 성능 만으로 스쿠프와 1:1로 겨뤄볼 수 있는 차종은 스포티한 성능으로 유명했던 기아자동차의 중형세단, 콩코드 뿐이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코너링 중심의 테크니컬 코스가  주류인 한국의 서킷 환경도 작고 가벼운 스쿠프를 선택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대중의 관심을 상당히 많이 받았던 모델이기 때문에,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현대 스쿠프를 기점으로, 역대  현대자동차의 쿠페 모델들은 대대로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의 역사와 함께하게 되었다.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시도한 스페셜티카 스쿠프. 비록 전륜구동 소형 승용차를 기반으로 삼은 데서 오는 여러가지 한계가 존재하지만, 대한민국 최초의 쿠페로서 세그먼트를 개척한 선구자이기도 하며, 대한민국의 모터스포츠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와 자동차 문화에서 실로 의미가 깊은 차다. 현대 스쿠프는 정통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멋진 외관과 2도어 쿠페만이 줄 수 있는 낭만을 가진 차였다. 대한민국의 첫 쿠페, 스쿠프는 아직도 9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세대에게 있어서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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